광주 치평동 한국아파트에서 욕조 쪽 냄새 때문에 연락을 주셨을 때, 고객님께서 통화로 딱 한마디를 덧붙이시더라고요.

"평소에도 욕실에서 퀴퀴한 내가 좀 나긴 하는데, 욕조에 받아둔 물을 뺄 때 유독 숨을 못 쉴 정도로 냄새가 확 올라와요."
현장에 가면서 머릿속으로 상황이 대충 그려졌습니다. 평상시보다 물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에 하수구 악취가 폭발하듯 밀려온다면, 이건 십중팔구 욕조 안쪽 바닥 상태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겉으로 보이는 배수구 구멍만 들여다봐서는 절대 원인을 잡을 수가 없거든요.
욕실에 들어서서 물을 살짝 틀어 배수 상태를 먼저 봤어요. 물이 내려가는 속도도 썩 시원찮은 데다가, 마개를 열자마자 욕조 틈새에서 썩은 냄새와 곰팡이 찌든 내 같은 게 훅 치고 올라오더라고요.




왜 하필 물을 뺄 때 냄새가 유독 심해질까요?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욕조 아래는 텅 빈 공간인데요, 배수 호스가 빠져 있거나 금이 가서 깨져 있으면 욕조에서 빠져나간 물이 하수관으로 곧장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 물이 욕조 밑 빈 바닥으로 그대로 쏟아져 고이게 되는 거죠. 머리카락, 비누 거품, 오염된 물이 욕조 밑에서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썩어가며 슬러지가 됩니다.
그 상태에서 욕조 한가득 받아둔 물을 한 번에 내려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쏟아져 내리는 물의 압력 때문에 그 밑에 갇혀 있던 시궁창 같은 악취 공기가 배수구 틈과 오버플로우 구멍으로 강하게 밀려 나오는 겁니다.
상황을 보니 욕조 전체를 뜯어내지 않고, 측면을 깔끔하게 타공해서 내부 배수관을 새로 앉히는 게 맞겠다 싶었습니다. 멀쩡한 욕조를 다 들어내려면 타일도 깨야 하고 공사 비용도 엄청 커지니까요.
타공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집진기부터 세팅했습니다. 공구 가방에서 그라인더를 꺼내면서 고객님께도 잠시 문을 닫아두시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욕조 옆면을 절단할 때는 플라스틱이랑 유리섬유 가루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날리거든요. 집진기나 강력한 청소기를 절단 부위 바로 밑에 바짝 대고 작업하지 않으면 욕실 벽면은 물론이고 거실 쪽까지 새하얗게 먼지가 들어찹니다. 먼지 한 톨이라도 덜 날리게 하려고 한 손으로는 흡입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라인을 따냈습니다.




손과 공구가 무리 없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네모나게 타공을 딱 마쳤습니다. 잘라낸 판을 조심스레 걷어내고 안쪽을 후레쉬로 비춰봤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배수구 부속을 손으로 살짝 건드려봤는데, 힘을 줄 필요도 없이 그냥 툭 하고 힘없이 풀려버립니다. 노후가 워낙 많이 진행돼서 플라스틱 너트는 삭아 있었고 고무 패킹은 이미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어요. 완전히 이탈된 상태로 간신히 걸쳐져만 있었던 겁니다. 그동안 물을 뺄 때마다 그 틈으로 물이 콸콸 새어나갔으니 욕조 바닥에 오수가 흥건할 수밖에 없었죠.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삭아버린 낡은 부속들을 모조리 걷어냈습니다. 고여 있던 찌꺼기들도 최대한 긁어내서 닦아주고요. 그러고 나서 내구성 좋은 새 욕조 배수구 세트로 교체를 진행했습니다. 공간이 좁아서 손끝 감각에 의존해 너트를 조여야 하는데, 너무 헐거우면 물이 또 새고 너무 무리하게 조이면 플라스틱 나사산이 뭉개지기 때문에 적당한 토크로 야무지게 물려주는 게 핵심입니다.
새 배수구를 배수관 입구까지 정확한 구배로 연결해 두고, 곧바로 배수 테스트를 해봤어요. 물을 한참 틀어 받아둔 다음 마개를 열었습니다. 잘라낸 구멍 안쪽으로 라이트를 비추며 유심히 지켜봤죠. 연결 부위에서 물방울 하나 비치지 않고, 새로 연결한 호스를 타고 하수구 깊숙한 곳으로 시원하게 빨려 들어가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역하던 악취도 더 이상 욕실 쪽으로 뿜어져 나오지 않더라고요.




작업이 확실하게 끝난 걸 확인하고 나서 타공했던 측면 에이프런 자리를 복원했습니다. 잘라냈던 조각을 규격에 딱 맞춰 제자리에 안착시키고, 틈새를 곰팡이 방지용 바이오 실리콘으로 빈틈없이 실링 마감해 드렸어요.
정리를 마치고 나와서 고객님께 주의하실 점을 몇 가지 짚어드렸습니다. 욕조 안쪽 바닥에 고여 있던 습기가 완전히 마르려면 며칠은 환풍기를 자주 돌려주시는 게 좋다고요.




욕조에서 물을 뺄 때마다 유독 하수구 냄새가 훅 올라온다면 방향제나 락스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욕조 밑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신호일 확률이 높거든요. 이걸 방치하면 악취도 악취지만 결국 아랫집 천장 누수로까지 번질 수 있으니,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배수 상태부터 짚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