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딱 하루 만에 세탁실 쪽에서 올라오는 악취 때문에 도저히 버티기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장은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 있는 한 원룸이었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하수구 냄새가 은근하게 번져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세입자분께서 이사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던 중이었는데, 하루 만에 이런 냄새를 겪으니 곤욕스럽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냄새의 진원지는 세탁실 쪽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배관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할 공간 앞을 냉장고가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원룸 특성상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가전이 배관 바로 앞까지 바짝 붙어 설치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겉으로만 봐서는 바닥 상태가 어떤지, 배관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일단 냉장고부터 조심스럽게 앞으로 빼내어 작업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냉장고를 치우고 뒤편 바닥을 들여다보는 순간, 왜 하루 만에 집 안 전체로 냄새가 퍼졌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더라고요. 바닥으로 올라온 50mm 배관에 세탁기 호스와 벽 쪽에서 나온 에어컨 퇴수관이 함께 꽂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관 입구를 막아주는 캡이나 마감 처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어요. 배관 구멍이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공공 하수관에서 타고 올라오는 악취와 바람이 틈새를 통해 여과 없이 실내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더 눈에 밟혔던 건 배관 주변 상태였습니다. 배관 둘레 바닥 쪽으로 수많은 나방파리 사체가 흩어져 떨어져 있더군요. 배수관 안쪽의 틈새가 오랫동안 열려 있었고, 그 습하고 어두운 배관을 통해 날벌레들까지 실내로 계속 유입되고 있었다는 흔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냄새만 올라오는 수준이 아니라 벌레 문제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라 손을 제대로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배관 구경에 맞춰 곧바로 트랩을 얹고 마감하면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줄자를 대고 높이를 살펴보니 배관 자체가 바닥에서 꽤 높게 솟아올라와 있었습니다. 이 높은 상태 그대로 부속을 올리고 호스 연결구를 얹어버리면, 나중에 냉장고를 다시 벽 쪽으로 밀어 넣었을 때 뒤판 간섭이 생기거나 세탁기 배수 호스가 꺾여 배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더라고요. 나중에 가전이 제자리로 들어갈 공간까지 계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배관의 높은 부분을 일부 잘라내어 높이를 먼저 낮춰주었습니다.
그다음 절단면에 규격에 맞는 아답터를 단단하게 안착시켰습니다. 밑작업이 평평하게 나와야 트랩이 흔들리지 않고 틈새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거든요. 아답터 위에 하수구 트랩을 자리를 잡아 올렸습니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물이 내려갈 때만 열리는 구조라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바람과 냄새를 막아주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한 가지 더 신경 써야 할 변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호스 연결이었는데요.
이곳은 드럼세탁기 배수 호스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벽면에서 나온 에어컨 퇴수관까지 배관 하나로 같이 물을 빼줘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호스 두 개를 깔끔하게 한곳으로 모아 체결할 수 있도록 2구 연결 부속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벽을 살펴보니 에어컨 퇴수관이 벽체 안쪽으로 매립되어 바깥으로 조금만 노출되어 있더라고요. 손으로 살짝 만져보니 세월이 지나 플라스틱이 이미 딱딱하게 경화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배관은 힘을 조금만 잘못 주거나 무리하게 비틀어 꺾으면 ‘툭’ 하고 부러져버립니다. 벽 안쪽 매립 배관이 깨지기라도 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각도를 맞추면서 2구 부속 쪽에 연결해야 했습니다. 손끝에 힘을 빼고 천천히 자리를 잡아주었어요.
드럼세탁기 호스와 에어컨 퇴수관을 2구 연결 부속에 각각 단단히 체결해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부속과 호스 사이, 미세하게 남을 수 있는 아주 작은 틈새들까지 실리콘을 사용해 꼼꼼하게 둘러 막음 처리를 진행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트랩을 심어놓아도 호스 연결 틈새로 유격이 생기면 그 미세한 틈으로 냄새가 새어 나올 수 있거든요. 바람 한 점 빠져나올 틈이 없도록 빈틈없이 메웠습니다.
작업을 다 마치고 냉장고를 다시 밀어 넣기 전, 손으로 배관 주변을 짚어보고 코를 대어 확인해봤습니다.


이전처럼 배관 입구에서 훅 하고 뿜어져 나오던 차가운 하수구 바람과 퀴퀴한 악취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휑하게 뚫려 있던 구멍이 단단히 밀폐되면서 나방파리 같은 벌레가 배관을 타고 기어 올라올 통로도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로 새로 이사를 들어갔는데 세탁실이나 베란다 쪽에서 이유 모를 악취가 심하게 난다면, 가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바닥 배관부터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탁기 호스만 대충 꽂아두고 배관 입구가 그대로 열려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바닥 배관 주변에 나방파리 사체가 유독 많이 떨어져 있거나 손을 댔을 때 찬 바람이 느껴진다면, 배관이 완전히 밀폐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