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서구 쌍촌동 광명하이츠 아파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화장실 인테리어를 새로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변기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악취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며 연락을 주신 곳이었습니다.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타일부터 도기까지 최근에 손을 본 티가 역력했습니다. 요즘은 공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턴키 업체에 전체를 맡기지 않고 타일, 도기 세팅, 조명 등을 따로 섭외하는 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집이 꽤 많습니다. 비용 면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이런 직영 공사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각 공정별 작업자에게 책임을 묻기가 참 애매해집니다. 타일 기술자는 배관 높이를 신경 쓰지 않고 타일만 붙여버리고, 변기 설치 기사는 배관 상태가 어떻든 그냥 준비된 도기만 얹고 가버리기 일쑤거든요. 결국 악취나 누수 같은 하자가 발생하면 그 피해와 스트레스는 오롯이 집주인의 몫이 됩니다.




현장에 설치되어 있던 양변기는 vigo(비고) 림리스 투피스 모델이었습니다.
욕실 설비는 처음 자리를 잡을 때부터 수평과 배관 상태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신경 써서 올려야 나중에 마감까지 반듯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냄새 문제로 현장을 가면 무작정 뜯기 전에 겉으로 드러난 설치 상태부터 천천히 훑어봅니다.
바닥 테두리를 먼저 살펴봤는데, 마감 상태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백시멘트로 둘러져 있긴 했지만 두께가 일정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발려 있어서 마감이 꽤 거칠어 보였습니다.




특히 앞쪽보다 뒤쪽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좁은 공간이라 육안으로는 변기 뒤편이 잘 보이지 않아서 핸드폰 카메라를 변기 뒤편 좁은 틈으로 밀어 넣어 촬영을 해봤어요. 화면을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뒤쪽 백시멘트가 채워지다 말고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빈 공간이 뻥 뚫려 있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이라고 마감을 대충 해버린 겁니다. 그 틈새를 코로 가까이 대어보니 퀴퀴한 정화조 암모니아 냄새가 그대로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냄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변기가 놓인 위치 자체가 참 어색했어요.




이 현장은 선반 용도로 쓰기 위해 타일로 젠다이를 길게 쌓아 올린 구조였습니다. 보통 이런 구조에서는 변기가 젠다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정가운데에 놓여야 보기도 좋고 사용하기도 편합니다. 그런데 이 변기는 세면대 쪽으로 지나치게 바짝 치우쳐져 있더라고요. 편심 플랜지를 쓰면 충분히 왼쪽으로 자리를 이동시켜 중심을 맞춰줄 수 있었을 텐데, 그냥 배관 위치 그대로 대충 얹어놓은 상태였습니다. 도기를 설치한 작업자의 꼼꼼함이나 현장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는 게 한눈에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원인을 확실하게 짚어내기 위해 변기 체결부를 풀고 도기를 바닥에서 완전히 들어냈습니다.




도기를 걷어내고 바닥에 묻힌 배관을 확인해 보니, 악취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타일 덧방 작업을 하면서 바닥 높이가 올라갔는데, 바닥 오수 배관은 타일면보다 한참 아래로 푹 꺼져 함몰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현장에서는 일반 정심 플랜지를 사용해 변기를 앉혀두었더군요. vigo 양변기는 하부 도기의 체결 홈이 일반적인 도기보다 깊은 편입니다. 도기 홈은 깊은데 바닥 배관은 타일면 아래로 함몰되어 있으니, 짧은 정심 플랜지 고무패킹이 배관 내경에 깊숙하게 밀착될 리가 없었습니다. 틈이 벌어진 채로 변기만 얹혀 있었던 셈이니, 정화조에서 역류해 올라오는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변기 하부 빈 공간에 가득 찼다가 뒤쪽 시멘트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배관을 연장하거나 상황에 맞는 부속을 쓰지 않고 단순히 겉으로만 얹어놓은 전형적인 날림 시공이었습니다.
벽면 타일부터 배관 중심까지의 거리를 줄자로 측정해 보니 32cm가 나왔습니다. 표준 설치 거리에서 살짝 여유가 있는 치수였습니다.
여기서 단순하게 배관 높이만 올려 정심으로 다시 앉히면 세면대 쪽으로 쏠려 있는 어색한 위치는 그대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5전(5cm) 편심 플랜지를 사용하기로 판단했습니다. 타일면 아래로 함몰된 배관과의 체결 부위를 빈틈없이 밀폐시키는 동시에, 변기 위치를 왼쪽으로 5cm 가량 이동시켜 젠다이 중앙 쪽으로 자리를 다시 잡아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편심을 오수관에 빈틈없이 안착시킨 뒤, 틈새로 유증기나 냄새가 비집고 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기밀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vigo 림리스 양변기 도기를 들어 올려 편심 플랜지에 정확하게 수평을 맞춰 결합했습니다. 바닥 타일에 남아 있는 기존 백시멘트 자국과 비교해 보면 변기 위치가 왼쪽으로 확연하게 옮겨진 게 보입니다. 세면대와의 간격이 넉넉해지면서 젠다이 선반 아래에서도 도기가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았습니다.




도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고 마지막으로 백시멘트를 개어 하부 테두리 마감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작업되었던 울퉁불퉁한 시멘트 찌꺼기를 깨끗하게 긁어내고, 손이 잘 닿지 않는 변기 뒤쪽 틈새까지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손끝으로 꼼꼼하게 밀어 넣어가며 매끄럽게 둘렀습니다. 거울과 핸드폰을 이용해 뒤쪽 마감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는 타일 작업 후 오수 배관이 타일면 위로 적절하게 올라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배관이 타일보다 아래로 묻혀 있는 상태에서 플랜지 체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도기를 아무리 비싼 걸 써도 냄새 하자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욕실 리모델링 후 변기 주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냄새가 난다면 변기 뒤편 테두리가 비어 있지는 않은지, 배관과 플랜지가 제대로 맞물려 있는지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