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냄새와 벌레 문제로 연락을 받고 화순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집 안에 들어서서 먼저 세탁실 쪽 상태부터 살펴봤어요.
바닥 배수구를 확인해보니 원래는 물이 일정량 고여 있으면서 악취와 벌레가 올라오는 걸 막아주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봉수 형태는 물만 잘 채워져 있으면 어느 정도 차단이 되어야 정상인데요. 거주하시는 분께서는 그런데도 냄새가 너무 심해서 견디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배수구 안쪽을 들여다보면서 바람 상태를 가늠해봤습니다.
아무리 봉수 방식으로 물이 고여 있는 구조라 해도, 배관을 타고 들어오는 역풍이 강하게 치고 올라오면 고여 있던 물이 금방 증발해버리거나 바람에 밀려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특히 환기가 잘 안 되거나 기압 차가 크게 벌어지는 날에는 물 막 하나만으로는 밀고 들어오는 공기를 버텨내기가 어렵죠. 이 상태라면 물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물을 쓸 때만 아래로 열리고 쓰지 않을 때는 틈 없이 닫히는 개폐식 하수구 트랩을 설치하기로 판단했습니다. 물리적으로 판이나 차단막이 닫혀 있는 구조라, 역풍이 불거나 물을 한동안 쓰지 않아도 냄새와 벌레가 관을 타고 올라오는 길목을 바로 막아줄 수 있거든요.
배수구 구격을 확인해보니 75mm 사이즈였습니다. 배수구 직경은 현장마다 제각각이라 알맞은 크기의 자재를 써야 틈이 생기지 않습니다. 여기는 75mm 전용 아답터를 맞추고 그 위에 트랩을 얹히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트랩을 배관에 고정할 때는 실리콘 접착 방식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접착면의 물기입니다. 습기나 물방울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실리콘이 배관 표면에 제대로 붙지 않고 나중에 미세한 틈이 벌어질 수 있어요.
휴지를 넉넉히 챙겨서 배수구 주변과 안쪽 벽면의 물기부터 바짝 닦아냈습니다. 물기가 완전히 제거된 걸 확인한 다음, 75mm 아답터 테두리를 따라 실리콘을 고르게 둘러서 틈새가 남지 않도록 바닥 배관에 밀착시켜 붙였습니다.


그 위로는 머리카락이나 큰 먼지가 걸릴 수 있게 스테인리스 거름망을 올려드렸습니다.
그리고 배수구 주변을 정리하면서 드럼세탁기와 건조기 배수 호스 연결부를 살펴봤어요. 호스가 두 가닥으로 따로따로 배수구에 걸쳐 있으면 주변으로 물이 튀거나 틈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세탁기와 건조기 호스를 하나로 묶어주는 2구 연결 부속을 사용했습니다. 두 호스를 이 부속에 단단히 물려서 하나의 라인으로 합친 뒤 배수구 안쪽으로 깔끔하게 유입되도록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작업해두면 세탁기나 건조기에서 나오는 물이 넘치지 않고 트랩 안으로 바로 빠져나가면서, 평소에 세탁실 바닥 물청소를 할 때도 물이 자연스럽게 배수구로 흘러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작업을 마쳐두고 드럼세탁기 헹굼·탈수 코스를 한 번 돌려봤습니다.
물이 일시에 많이 빠져나올 때 트랩 쪽으로 역류하거나 주변으로 새어 나오는 곳이 없는지 지켜봤는데요. 세탁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트랩이 무리 없이 받아내면서 바닥으로 시원하게 잘 빠져나가는 걸 확인했습니다.
세탁실 정리를 마치고 안방 쪽 앞베란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기는 천장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우수관 배관이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이었어요. 보통 앞베란다는 물을 자주 쓰지 않고 마른 상태로 두는 건식 공간으로 활용하는 세대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설치되어 있던 트랩 안의 물이 바짝 말라 있는 상태가 대부분이에요. 물이 증발해버리면 배관 속 냄새와 벌레가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실내로 곧장 퍼지게 됩니다.
앞베란다 바닥 물을 계속 쓰지 않는 환경이라면, 주기적으로 물을 부어 봉수를 유지하기보다는 우수관 전용 차단 장치를 달아주는 게 훨씬 손이 덜 가고 확실합니다.


이쪽 우수관 역시 세탁실과 마찬가지로 75mm 규격에 맞춰 아답터와 배수구 트랩을 조합해 안착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우수관 상부와 하단부 연결 부위 주변을 꼼꼼하게 실리콘으로 밀봉 처리했어요. 틈새가 아주 조금만 남아 있어도 배관 주변의 기압 차 때문에 그 틈으로 냄새가 새어 나올 수 있어서, 손을 넣어보며 비어 있는 틈이 없도록 실리콘을 두껍고 매끄럽게 둘러 마감했습니다. 공기가 새어나올 통로를 아예 차단해버리는 작업입니다.


작업을 마치고 베란다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봤습니다.
세탁실과 앞베란다 모두 배관 틈새로 느껴지던 퀴퀴한 기운이 확실히 잡힌 상태였습니다.
아파트나 주택에서 물을 잘 쓰지 않는 베란다 쪽에서 냄새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한다면, 먼저 바닥 유가나 우수관 주변에 물이 다 말라버린 건 아닌지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을 가끔 부어줘도 금방 냄새가 다시 올라오거나 바람이 훅 느껴진다면, 물에 의존하는 일반 봉수 유가보다는 물리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차단 장치를 배관 규격에 맞게 틈새 없이 시공해주는 편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